2016년 12월 30일 금요일

문학이 추구하는 아름다움


미적 범주, 즉 문학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범주에는 비장미, 우아미, 골계미, 숭고미가 있다.

모든 문학작품에는 '있는 것'과 '있어야 할 것'이 존재한다. '있는 것'이란 현재 작품에서 보여지고 드러나는 것이고, ' 있어야 할 것'이란 그 작품이 지향하는 바나 그 작품 이면에 존재하는, 일종의 전제된 무엇을 의미한다. 이 '있는 것'과 '있어야 할 것'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, 우리는 문학작품에서 네 종류의 아름다움을 각각 느끼게 된다. 그 둘이 서로 대립되어 나타나면 비장미와 골계미를 느끼게 되고, 그 둘이 융합되어 나타나면 우아미와 숭고미를 느끼게 된다. 숭고미와 우아미, 비장미와 골계미는 '있는 것'과 '있어야 할 것'중 어느 쪽에 의해 융합 혹은 대립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구분된다. 다시 말해, 있어야 할 것에 의해 융합이 이루어지면 숭고미가, 있는 것에 의해 융합이 이루어지면 우아미가 느껴지고, 있어야 할 것을 긍정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때 비장미가, 있는 것을 긍정하고 있어야 할 것을 부정할 때 골계미가 느껴진다.

구체적인 예로는
<제망매가>라는 향가 작품을 살펴보자. 이 작품에서 현재 '있는 것'은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고 '있어야 할 것'은 미타찰에서 다시 만나야겠다는 기대이다. 이 향가의 시적 화자는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지만, 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. 오히려 슬픈현실(있는 것)을 극락세계에서 다시 만날 것(있어야 할 것)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. 이런 작품에서 우리는 '숭고미'를 느낀다고 한다. 숭고미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자연의 이상적인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려는 정신과 태도가 두드러질 때 잘 드러난다.

윤선도의 <어부사시사>를 생각해보자. 윤선도는 <어부사시사>를 통해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. 여기서 '있는 것'은 어부의 즐거운 생활이고, '있어야 할 것'은 그렇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다. 다시 말해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은 딱히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. 현실 생활이 이미 자신이 바라는 세계이기 때문이다. 이런 작품에서 우리는 '우아미'를 느낀다. 우아미는 작가가 주로 고상함과 순수함을 추구할 때 형상화되는 아름다움인 것이다.

조선 선조 때의 문인인 임제가 쓴 한문단편소설 <원생몽유록>. 이 작품은 생육신의 한 사람인 원호를 주인공으로 하여 사육신과 단종의 사후생활을 그린 작품이다. 이 작품에서는 현명한 임금과 충성스런 신하가 참혹한 지경에 이른 상황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것이 '있는 것'이다. 하지만 이 작품에서 '있어야 할 것'은 현명한 임금과 충성스런 신하가 마땅히 승리해야 한다는 당위이다. 이 둘은 서로 대립되는 관계에 놓여 있다. 이런 작품에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아름다움은 비장한 아름다움이다.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하고, 주인공은 좌절할 때 우리는 '비장미'를 느낀다. 비장미는 슬픔, 고통, 절망 등의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때 잘 드러난다.

마지막으로 우리의 전통 가면극인 <봉산탈춤>에서 양반에 대한 풍자와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어 우리에게 통쾌한 웃음을 유발한다. 이 작품에서 '있는 것'은 양반에 대한 말뚝이의 항거이다. 하지만 원래 '있어야 할 것'은 양반에게 복족해야 한다는 규범이다. 서로 대립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장미의 상황과 유사하지만 <봉산탈춤>에서는 '있는 것'이 '있어야 할 것'을 파괴한다. 그리고 대게 '있어야 할 것'은 나쁜 것, 무의미하고 거짓된 것이다. 따라서 이것이 파괴될 때 우리는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. 이런 작품에서 우리는 '골계미'를 느낀다. 골계미는 주로 풍자정신의 바탕이 된다.

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있어야 할 것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숭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|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비장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|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융화<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>상반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|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우아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|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골계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있는 것



(1) 숭고미 : 주객의 모순과 융합
(2) 우아미 : 갈등과 모순이 없는 상태
(3) 비장미 : 현실적 장벽, 이상의 좌절
(4) 골계미 : 의의제기, 풍자, 조롱


출처 : <조동일, [한국 문학의 양상과 미적 범주]>- 고등학교 국어시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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